작년、 재작년 4주간의 문화 소비. 2013/08/24 22:48 by 솔다

영화(감상했던 순서)

 개봉 다음날 봤다. 한달 전 홍보영상이 떴을 때는, 너무 소란떠는 게 아닌가 시큰둥했는데 네이버 인터뷰를 본 뒤에야 손꼽아 기다렸던 영화. 내가 반한<설국열차>의 최대 매력은 완급 조절에 있다. 수장고를 차지하기 위한 기요틴들과의 혈전 중 새해를 축하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박해자와 저항 세력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 1인칭 살인 게임으로 시점을 비틀며 어둠을 끌어와 관객의 눈을 가리는 대신 오히려 더욱 또렷해지는 상상의 눈을 적중해 공포에 떨게했다. 이즈음 뻥 뚫린 고속도로에서 도무지 굴러가지 않는 차를 끄는 기분에 퍼져있던 상태라, 상처와 아픔과 죽음을 감내하면서까지 뛰고 죽이고 죽는 꼬리칸 사람들에게 금새 숙연해졌다. 그래서 임신한 선생이 우스꽝스런 동작으로 아이들에게 윌포드의 자비를 강조한 직후, 또다른 신의 탄생을 축하하는 달걀 속에서 기관총을 집었을 때, 그뿐 아니라 간신히 살아남은 꼬리칸 사람들에게 희망을 공포로 다시 돌려놓았을 때 꼬리칸에 몰래 숨어들었던 나는 엄청난, 정말로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 몇 시간 뒤에 출근해야된다는 사실만 아니었어도 나는 찌질찌질 울었을 지도 몰랐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결말 직후에 느낀 허무함과 같은 슬픔이었다. 나에게는 그들과 달리 살아있어도 좋다는 자부심이 없는 주간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나는 크리스 에반스와 윌포드가 조우했을 때, 정말로 변화는 일어날 것인가에 대해 크게 기대를 품지 않았다. 운명, 역사, 시간 등으로 암시되는 열차 안에서 그것에 꼭 맞는, 그것 자체를 뒷받침하는 칸칸이 연결된 구조 밖의 세계라니. 그 때문에 더욱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와 요나에 대한 관심을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들 부녀는 꼬리칸과 엔진칸의 접점인 동시에 두 세력의 여집합이기도 하다. 그들의 행보와 거기에서 은연중에 드러나야 할 캐릭터의 역사야말로 관객의 심장을 점령하는 핵심이 된다. 문제는 영화의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엔진칸을 장악하지 못하고 뭉그러뜨렸다는 데 있다.  미묘한 신경전으로 웃음과 함께 등장한 송강호는 언제부터 열차파괴라는 신세계로의 탈출을 꿈꾸게 된걸까. 요나의 청력이나 부재중인 엄마의 자리에 관계된 건지. 꼬리칸을 제외한 승객들 역시 윌포드가 관리하는 수족관의 생태계에 불과했는데, 전부 날려버린 결말부를 지켜보며 나는 꼬리칸에서 차차 물러나, 세 번이나 울컥 터뜨릴 뻔 했던 울먹거림도 손등에 떨어진 물 한 방울처럼 털어 흘려버렸다. 열차 바깥의 냉기에 동화되어 감독과 배우의 촬영 당시로 거슬러 오르고, 시나리오 집필 과정 중에 백인 우월주의, 미국 영웅주의로 딱딱한 헐리웃 제작자들 간에 어떤 실랑이를 벌이며 힘들게 글을 썼을 봉준호 감독 옆에 서는 망상을 함께 진행시켰다. 어쨌거나 영화는 계속 됐고, 팔 하나를 버리고 진정한 리더가 된 커티스는 뭉클한 부성애의 민수와 함께 정신세계로 날아갔다. 동양인, 아니 한국인 요나와 소수민족의 클리셰인 흑인 아이만이 살아남았다. 마지막의 흰 북극곰은 환경 생태학적인 감독의 성향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온난화로 살아있는 빙하 유령이 된 북극곰들에게 꿈의 파라다이스를 선사했으니.
 <괴물>을 아직도 보지 못한 나에게 이 작품이 봉준호 감독의 첫 영화라 엄청 엄청 좋았다. 8월의 또 다른 기대작을 보기전까지, 두 번 세 번이고 보러 가야지 앓이했을 정도!












 이 영화 역시 적절한 완급조절로 내 혼을 쏙 빼놨다. 나는 초조하게 테러범과 하정우의 순간, 다음 순간, 그 다음 순간들을 기다렸다. 남자 주인공 한 명, 스튜디오 한 장소. 소설로 쓴다고 해도 이만큼의 집중력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게 어려운데, 시각정보에 민감한 영화에서 성공하다니. 눈으로 읽는 매 문장 문장이 전부 질투났다. 시기했다. 부럽고 짜증났는데, 짜증을 느끼기도 전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욕망에는 순결함이 없다. 청렴하지 못한 자에게도 잃고 싶지 않은 사랑과 재기할 가능성에 대한 꿈을 가질 권리가 있다. 인질의 목숨을 담보로 한 수사에 갈등하던 윤영화보다도 태연하다 못해 냉정하던 보도국장이 시청률 70%를 제 주머니에 찔러넣고 유유히 사라진 현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비싸보이지도 않다. 개인과 사회구조의 싸움에서 무력한 건 언제나 개인일 수 밖에 없다. 인질범은 그래서 졌다. 윤영화도 그가 놓친 폭탄을 대신 쥐고 말았다. 사실 사회구조는 개인의 합에 불과한데 영화 <설국열차>에서 커티스 무리의 반토막난 성공도 그 덕이다. 험한 자들의 단결이 꼬리칸이라는 대명사로 거듭나 힘을 가진 것이다. 여자와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협상하자던 윤영화의 권고보다 이진숙 기자의 제안에 인질범이 솔깃했던 건, 두 언론인의 사적인 관계를 이용하려는 계산도 물론있지만 개인과 개인의 합에 조그만 사회가 형성된 덕이다. 그보다 더 큰 손들, 더 큰 권력이 뒷짐져버린 탓에 작은 사회는 금방 무너졌고 모두 죽었다.









'숨박꼭질, 8월의 영화 끝판왕.'

보자마자 카톡 남긴말에 이렇게 남겼다.
드디어 악당이 첫 방망이를 맞았을 때,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박수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영화. 우리집이 큰 집이 아니라서 행복해요.














인비저블 레인(스트로베리 나이트 영화판)
 SP부터 드라마판까지 보고,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드디어 영화를 봤다. 이제는 니시지마랑 이어지나 했는데, 히메의 선택에 완전 멘붕. 아, 이 여자 도대체 뭐지? 굳이 그녀의 아픈 상처가 아니라도 원래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거잖아. 어둠, 어둠 무슨 털 미는 걸 깜빡하고 수영장에 간 여자를 대하는 것처럼 권력가들이 히메를 특별 취급하는 모양새도 이제 안좋게 보이기 시작. 
은 했어도, 2기 나왔으면 좋겠다.
아, 제발. 니시지마.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00
3
52701
skin by m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