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이탈리아(임시) (1)급똥이란 거시 ☆폭★발했다, 베수비오 화산 9.30.2012 #사진은 잔뜩 2017/06/24 05:23 by 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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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은 어딜까 :: 26세 고블린의 유럽 박치기(이륙)



벌써 4년이 지났다.

제대로 정리한 적이 없어서, 이 포스팅을 시작하기 전까지 내가 몇년 도에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왔는 지 전혀 기억이 안났다. 하필 폼페이부터 시작이냐하면, 얼핏 보기에 사진 폴더 중에서 가장 파일 갯수가 적어보여서. 만만해보여서. 원래 영국에 워홀 가기 전에, 런던에 갔던 사진들을 정리하며 뭐할지 계획을 짜보려고 했다. 하필 사진 옮겨놓았던 폴더에 런던만 없네. 그럼 다른 여행지라도 정리해보자. 이렇게 시작.

런던, 파리, 스위스(로잔, 몽트뢰, 루체른, 라우터브루넨), 이태리(피렌체, 밀라노, 베니스, 로마, 나폴리-포지타노,소렌토-베수비오, 폼페이), 독일(퓌센, 뮌헨), 오스트리아(잘츠브루크).
*한 달 동안 이딴 식으로 다녀오는 거 절대 비추합니다. 혹시, 그럴리가 절대 없겠지만, 위의 일정에 따라 여행 동선을 짤 경우 테마가 다양한 교통수단 체험 여행이 되야만 그나마 만족도가 중박을 칠거라고 미리 간절하게, 진심을 담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주인 백.

그 동안 최애-_-증의 도시는 파리였다. 유로스타에서 내리자마자, 눈이 크고 맑던 집시소년에게 털렸지, 파리에서 로잔으로 이동하는 날, 내 병신미+ YOLO 심보 파리 열차 직원의 업무 처리 속도로 미리 예약한 열차 놓쳐서 200유로를 날렸지. 충분히 여운이 남을 만한 수미상관이니까.

아니다. 파리 위에 이탈리아가 있었다. 피렌체. 짧고 크고 적나라했던 다윗상이라도 기억에 남아 다행인 도시. 밀라노. 최후의 만찬 을 보려고 밀라노역에서부터 그곳까지 길 한 번 묻지않고 뒤지게 뛰었던 걸 생각하면 참 감사할 따름. 포지타노, 소렌토. 찾아간 당일날 베드버그로 숙소 폐쇄됐다고, 그 와중에 밤늦게까지 축제 구경하다가 괜히 맨 꼭대기 도로까지 올라가서 길 잃고 훌쩍거리고 다녔고. 베수비오-소렌토-폼페이. 화산에서 똥 싸고, 폼페이에서 똥 싸고. 폼페이 화장실 탐색 끝냈더니 주머니에서 소렌토 숙소 열쇠가 왜 나오냐. 아침에 체크 아웃하고 나왔는데.

모스크바에서 진짜 울어버리고 말았지만, 그건 공항에서 버스는 탔는데, 내려야 할 정거장을 몰라서, 그리고 여독에 빵 터져서 그랬던 거지. 모스크바 자체는 정말 좋았다. 스탑오버 활용한 마지막 여행지여서 어디 잘 돌아다니지도 못했지만, 이탈리아에서 당한 거에 비하면 조용하고, 광활한 곳이었다.

 2012년 9월 30일 오후 4시 57분 (사진 파일 상의 기록)

 

 자동차 리프트를 타고 주차장에서 내렸다.
 가는 동안 차가 굉장히 흔들렸고, 좌석이 불편했다. 그랬던 것 같다. 각국 각지에서 합승한 사람들과 함께 놀랐고, 멋쩍어했고, 신났다.

 픽업 트럭을 타러 가는 중에는 날씨가 흐려서 취소될까봐 걱정했다.(4년 전이라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막상 도착했더니,
 
 
 사방이 훤히 보인다. 주차장에서부터 열심히 걸어올라왔다.


 유럽 대륙 유일의 활화산, 베수비오산(Vesuvio Mt).  
 산꼭대기까지 오르지 않아도, 도시가 한 눈에 보인다. 이 높이에서 내려다보니, 연기, 열기, 흙과 돌로 19시간 만에 완성된 폐허라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풀 한 포기 없는 무덤가에 볕이 세다.

 


국립중앙박물관 <로마 제국의 도시 문화와 폼페이> 기획특별전 영상(2014/12/9~2015/4/5)
폼페이 최악의 하루를 시간별로 보여줌.
전시도 보러 갔는데, 폼페이에서 미처 보지 못한 자료들과, 해설 덕분에 훨씬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




사이사이 울긋불긋한 게 폼페이 유적들이다.
동서남북 모두 산으로 둘러쌓여있고, 동쪽 끝에는 나폴리 만(Golfo di Napoli).



 
폼페이 어느 지역에서든 뒤를 돌면, 베수비오 산이 잘 보인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일정 지점을 경계로 아래쪽은 수풀이 우거지고, 위쪽은 흙과 돌 뿐이다. 드문드문 잡초도 보인다.

 동서남북 산과 바다로 막힌 지형이라면, 외적의 침입에 효과적인 난공불락, 천혜의 요새와 다름 없었을 텐데...

 79년 8월 24일.
 매케한 연기에 시야가 어둡고, 숨 쉬기가 힘들다.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에서 화산재가 계속 몸 위로 쌓인다. 머리 위로 자연의 견고한 투석기가 돌덩이들을 날려보내며, 주변 건물을 부수고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난리가 끝날 때까지 집안에 숨어있는 게 안전할 지, 섬을 떠나는 게 좋을 지 2만 여 명의 주민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용암이 밀고들어온다. 장막에 덮일 시간이다. 1748년 지층 아래에서 발견될 때까지.


 드디어 화구 앞에 선다. 네이버 두산 백과에 따르면 화구는 지름 500m, 깊이 250m의 규모라고 한다. 백록담(지름 약 500m, 깊이 105m)과 지름은 비슷한데, 깊이가 2배나 깊다.

 여기까지 열심히 올라왔는데, 망했다. 배에서 신호가 온다. 슬슬 아픈 게 아니라, 서로 퍽발하겠다고 난리다. 관광이고 나발이고, 다급하다.


 
 다행히 화구 가장자리에 상업시설(?)이 보인다.

 두 눈이 촉촉하다. 제발 화장실이 있기를, 나를 들여보내주기를, 내가 잘 설명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애원하고, 상상 속의 내 괄약근을 쥐어 뜯으며 간신히 걸어간다. (기억이 맞다면) 기념품 판매점과 두 남자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었다. 하필 남자들 뿐이냐. 당연히 관광객들도 많고. 창피하게. 이런 제기랄. 어제 뭐 먹었지? 유럽와서 급똥 마려운 거 진짜 처음이란 말야. 아니, 그런데 하필이면, 왜 하필이면 이 높은 산에 올라와서 이 지랄이냔 말이야.

 일단 1유로인가, 2유로에 아무튼 동전으로 음료를 샀다. 커피였는지, 뭐였는 지. 평소에 즐겨 먹는 것도 아니었고, 앞으로 즐겨 마셔보고 싶은 종류의 맛도 아니었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을 거다. 아주 조금씩 먹는 시늉을 하면서, 직원 중 한 사람에게 혹시 화장실 쓸 수 없냐고 물었다.

 "여기 화장실이 없어."
 "없다고?"
 "(베수비오 산 전체에) 화장실이 없어."
 
 말도 안돼!

 "너네들은 급할 때 어디로 가?"
 "옆에."

 남자가 손가락으로 건물 옆 수풀에 가려진 비탈길을 가르켰다. 말도 안돼! 손님한테 일부러 안알려주는 거야? 일부러 장난치는 거야?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몇이고, 관광객이 몇인데 화장실이 따로 없어? 그러는 동안에도 빨리 세상 밖에 떨어지겠다고, 내 속의 어떤 것들이 몸통박치기를 시도했다. 진짜 미쳐버리겠다.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직원이 알려준 비탈길 앞까지 걸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너무 가팔랐다. 도저히 발을 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나는 다시 직원에게 돌아갔다.

 "진짜 여기 화장실 없어?"
 
 다른 직원이 무슨 일인가 싶어 다가왔다. 둘이 대화를 나누며, 나를 흘끗 바라봤다. 저 여자애가 알짱대는 이유가 화장실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나보다. 짧은 순간, 찬란한 도시 문명이었다던 폼페이 유적보다, 베수비오 화산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는 사실보다도 '베수비오산 화장실'은 내게 더 신화적인 존재였다. 그 직원은 사정을 파악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손님을 상대했다. 아주 고심 끝에 저들이 성가신 손님들로부터 숨기고 지켜온 시끄릿 프라이빗 화장실에 나를 들여보내주지 않을까, 괄약근을 조이던 일말의 기대도 무너졌다.

 씨발.

 여기는 화장실이 없다. 베수비오 산에는 따로 마련된 화장실이 없다. 뒤늦게 현실 파악이 됐다. 세상 모든게 적대적으로 보였다.

 "여긴 화장실이 없으니까, 올라오기 전에 밑에서 싸고 와야 해."
 
 주차장에 화장실이 있었나? 올라오기 바빠서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도 다시 내려가야했다. 카페 직원이 알려준 화장실용 비탈길은 발을 떼기 무섭게 엎어질 게 뻔했다. 엎어져서 굴러가면 다행이었다. 발을 헛딛은 순간, 긴장이 풀어져 그 다음은.... 어후...
 
 
 

 
  우여곡절 끝에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함께 타고 왔던 사람들이 벌써 다 모여있었다.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곳이라고 생각해 자세를 잡았는데 주변에는 이미 다른 이들이 만들어 놓고 간 휴지 기념품들이 널려있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관광을 제대로 못해서인지 배가 아팠을 때보다 더 기분이 뒤숭숭했다. 들뜬 사람들 틈에서 나만 우중충했다. 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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