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작년 #국어_조문 2015/07/10 00:30 by 솔다

7월8일


 조문객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의지로 농담을 짜내던 상주 덕분에 식당에선 '산 자들의 잔치'가 열렸다. 실은 모퉁이 너머에 꿇어앉은 - 어떤 말을 다해도 어르거나 들쳐매기 어려운 슬픔에 대한 방역에 가까웠다.

 죄책감과 안도감이 말을 허물고 빈번히 쳐들어왔다. 외적의 기세를 꺽기 위해 나팔을 불고 북을 두드리는 심정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닥치는 대로 먹고 마셨다.

 참 좋구나, 나도 너도 그 옆의 쟤도 일 없이 놀면서도 하나도 민망할 게 없는 이 날의 회합이라니.

 죽은 자들이 도처에 누운 천국에 온 것 같았다.

 정말 끔찍했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수십 개가 넘는 위로의 말들이 표류했다. 가장 성공적인 인사법을 찾는 데 실패했다. 

 내가 눈동자를 굴리며 침을 삼키는 동안, 삼십 대 초반에 집안의 가장이 된 남자는 아직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다른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간 뒤에, 나는 4년 만에 만나는 가장 먼저 와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던 동기를 발견하곤 그 앞에 앉았다. 진짜 반가웠다. 진짜 반가웠던 만큼 훨씬 더 정답게 근황을 풀어놓고 계속 젓가락으로 수육와 토마토와 흰 쌀밥과 흰 꿀떡을 집어먹었다. 음식을 삼키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웃고 눈을 흘기고 화제를 바꿨다. 다른 친구들이 오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와도 이 만남의 형식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너무 배가 불러서 젓가락을 내려놓는 대신 끊임없이 음료수를 마셨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누군가의 한숨과 탄식으로 흐려지면 한 모금, 또 한 모금.

 회식이나 예고된 모임처럼 들뜬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식당 안을 교란했다.

 무언가 너무 무서웠지만 그 중 어떤 것이 가장 우리를 두렵게 하는 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때때로 우리들은 그저 모두들 놀랐다, 상상도 못했다, 너무 갑작스럽다, 말도 안 나왔다 등의 말들을 마구잡이로 던졌다.  표현은 다양했지만 한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태도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자정 직전이었다. 엄마가 아파트 현관 앞까지 강아지를 데리고 마중 나왔다. 기뻐서 한밤 중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치며 달려갔다. 새벽까지 책을 읽다가 잤다. 기간 연장이 되지 않아 다음 날까지 도서관에 꼭 반납해야 할 소설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전날 급하게 생성된 단체 채팅방에서 어제 만난 사람들과, 아직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화 중이었다. 수고하셨다는 말을 더한 뒤 아직 읽다 남은 책을 펼쳤다. 나가와 레콘과 도깨비와 딱정벌레가 인간 길잡이를 따라 막 목적지에 도착한 참이었다 . 그들의 여행보다 더 어처구니 없는 사건에 휘말리기 위한 어리석음을 발휘하기 직전이었다.

















...하아.......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글

  • Jl나 2015/07/10 15:54 # 답글

    우린 세련되진 못해도 투박한 정은 많아요.
    정이란 말도 비하되고 있지만서도... 달리 말하면 사랑이겠죠.
  • 솔다 2015/07/10 22:44 #

    평소 땐 모르다가 이런 날에 아, 맞아. 나 이런 사랑을 가지고 있었지.. 하는 저를 좀 반성했어요. 무심했어요..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01
14
50291
skin by m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