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작년 #국어_말,말,말 2015/05/30 01:30 by 솔다

가장 추억이 많았던 졸업학기 시절,


1. 박라연 시인, 교수
"네가 쓴 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어디야?"
"...?"
"자기가 써놓고도 기억을 못하는 시라면 다시 볼 필요 없어요."

학생들이 보낸 습작시를 교수가 미리 출력해 합평하는 수업을 들었다. 어느 날 내가 쓴 시가 빠졌다고 했더니 의외의 질문을 받았다. 창피했고 자존심 상했다. 내가 타과생이라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은 '진짜' 시를 쓰는 사람의 값진 충고였다는 걸 안다. 감사하다.




2. 김명인 시인, 교수
"저 사람은 교수까지 됐는데도 아직 시를 쓰냐고 생각하지 마시고, 여전히 속 안에 끓어오르는 정념이 많구나라고 봐주세요."


우리에게 말씀 하시던 때와 완전 똑같은 단어, 어구는 아니다. 완전한 문장으로 외우지 못했다. 사실 저 말을 들을 땐 혼자 뜨끔하고 미안한 마음을 감추느라 바빴다. 그제야 눈앞의 나이든 남자에 대해 A를 으깨서 D를 내놓는 갑이란 편견을 내려놓았다. 나같은 사람의 오해와 시기, 몰이해 속에서 받은 상처에서 자라난 말이 분명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괜히 슬펐다.


2015년 4월 10일
"(시를 쓸수록 자가복제하는 것 같다는 고민을 듣고) 어떻게 보면 '전통'을 만드는 것인데 어느 시대나 전통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김명인 시인의 새 시집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출간기념 낭독회에서.


2014년 5월 14일
"집은 질서다. 질서는 언제나 쓸쓸하다."
연극 <여기가 집이다>, 장씨 대사.

'집'을 두고 해석이 다양하다. 오늘은 연극의 내용과 별개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집은 어떤 말들이다. 길 잃고 헤매며 선뜻 앞을 맡길 사람이 없을 때 어느 날엔가 내가 주은 말들이 천막을 치고 등을 쓸어내린다. 기운을 차린 후 혹은 훨씬 안락한 장소에 몸을 뉘이면 납작하게 접혀서 눈꺼풀에 붙을 것이다. 춥고 화나고 외로운 날, 눈물과 함께 다시 펼쳐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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