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재작년 #CA_종의 기원, 프롤로그 (1), 판타지, 습작 2015/05/20 02:12 by 솔다



종의 기원
BY 강솔다






프롤로그

Oh God, We're stuck in 'Nerd-ville"

                                         WDY

 


(1) 철화
 이변은 없었다. 이번에도 지글 헤드버디가 내기를 이겼다. 내가 가진 12시간 비행권을 그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고 말았다.

 지글은 고향에서 보라성게 섬까지 일주일 넘게 비행을 주도했다. 그러고도 키잡이 역할을 독점하기 위해 섬에 내려온 순간까지 나에게 갖은 수작을 걸었다. 착지할 때는 일부러 왼쪽 날개를 크게 퍼덕여 내쪽으로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지글이 꽥 소리를 내며 휘청거렸다. 날아오는 동안 줄곧 말이 없던 비글에게 기어코 뺨을 얻어맞았던 것이다. 항상 가운데를 차지하는 비글은 장기 여행에 취약했다. 지글때문에 억지로 끌려나와 가뜩이나 예민한데, 돌 부스러기까지 뒤짚어 쓰자 폭발해버렸다. 본래 맞은 만큼 고스란히 돌려주는 게 우리만의 룰이지만, 지글은 잔뜩 기 죽은 나를 감상할 뿐이었다. 나도 한달 치 비행권을 삼킨 키잡이 얼굴에 날개를 휘두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비글한테 맞은 화풀이까지 당할까봐 엄한 돌맹이만 찼다.

 아무리 세 쌍둥이라지만 헤드버디 종족 답게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몸 하나로 지글과 비글, 나 기글이 함께 생활하는 동안 우리는 불만에게서 뽑을 깃털을 갈등에게 꽂아주거나 그 반대로 움직였다.

 "맙소사, 사방이 온통 붉은 가시나무 투성이야. 이런 데서 성장할 때까지 어떻게 버티란 거야."
 
 비글이 발을 구르며 씩씩거렸다.
 
 "그때 너희가 아니라 두 날개를 분질렀어야 했다구."
 
 신의 계시로 있던 헤드버디가 거미에 잡혀 먹혔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버지는 우리를 무조건 너드빌에 보내려 했다. 마을에서 관리로 사는 게 꿈이던 비글은 이 결정에 반대하며 무려 14번씩이나 나머지 두 버디들의 목을 뽑아버렸다. 교통로 차단 및 단순한 분풀이로 말이다. 이 방법은 대단한 효과를 발휘해 부모님은 족장의 승인도 받지 않고 다음날 새벽 지글을 깨워 마을 밖으로 날려보냈다.
 
 "지글,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떠난거야. 어떻게 네 독단적으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일 수가 있어? 아무리 돌이켜봐도 난 너희들에게 내 의사를 무시당해야 할 만큼 큰 잘못을 한 적이 없다구 없어, 없.단. 말이야. 이건 '깃 없는 헤드버디 제 짝 찾기'하듯 무조건 기글 이상형과 결혼하겠다고 우기는 식의 장난이 아니라구. 아.니.란 말이야. 지글 넌 모가지야, '바로 모가지'라고!"
 "아니, 왜 내 이상형이야?"
 "내 말에 깃 달지…!"
 
 갑자기 비글의 머리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씹다 만 투구 조각이며 멸치 따위가 발 밑으로 쏟아졌다. 만년 멀미쟁이의 토사물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지글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은 몽돌 해변을 따라 깡충깡충 뛰었다. 이따금 걸음을 멈추어 말라비틀어진 해초나 돌 밑을 들추기도 하고 물때를 살피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비글은 토하다 지쳐 차라리 제 목을 분질러달라고 신음했다. 움직일 때마다 게워낸 내용물 위로 머리가 달랑거렸다. 토쟁이는 기운이 빠진 상태에서도 끊임없이 모가지라고 위협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바로 모가지'는 바로티 픽시가 만든 화장수에서 유래했다. 한 인간 여자가 이 물을 선물로 받았는데, 얼굴에 바르자마자 머리가 툭 떨어졌다고 한다. 좀더 자세히 펼치면 이렇다. 그 여자는 특정한 이유(같은 종이 아니면 절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아서 나는 모른다)로 대다수 인간들과 달리 머리카락이 수천 마리의 뱀으로 우글거렸다. 그녀가 아무리 입으로 음식을 삼켜도 수많은 뱀들의 허기를 채우기 어려웠고, 이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다치거나 위험에 쳐했다. 그녀의 부모는 딸자식 교육 좀 잘 시키라고, 그녀 자신은 몸 간수 좀 잘 하라고 매일 같이 시달렸다.

어느 날 마을에 어깨에는 커다란 자루를 매고, 한 손에 작은 우리를 든 외지인이 찾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피 묻은 자루와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괴상한 상자를 보고 사냥꾼을 뜻하는 '사농바치'라고 불렀다. 사농바치는 뱀을 어깨 아래로 늘어트린 여자에게 관심을 보였고, 떠나기 전 마을 사람들과 그녀에게 환대를 받은 보답으로 선물을 남겼다. 머리 위로 뱀을 기르는 여자는 화장수를, 촌장은 은제 칼을 받았다.

여자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화장수를 바르자 놀랍게도 그녀의 일부였던 뱀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이에 놀란 여자가 머리 위로 화장수를 들이붓자 엉켜있던 뱀들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마지막 한 마리가 여자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순간, 촌장이 사농바치에게 받은 칼로 여자의 목을 내리쳤다. 여자가 죽으며 토한 피가 뱀들을 적셨고, 여기서 처음 독사가 생겨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전부 물어 죽였다고 한다.

뜻밖에 상황에 놀란 사농바치가 아름다운 거미가 세공된 거울을 비추자 사람들을 휘감고 있던 뱀들이 돌로 변했다. 일부는 도망쳐서 풀숲에 숨어살면서 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인간들이 알고 있는 결말은 이랬다.

'바로 모가지'라는 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비글은 '성가시면 죽인다'로 해석했다. 실제로 저 화장수를 구했다고 큰 소리 친적도 있었다. 언젠가 픽시를 통해 또 다른 판을 듣고나자 비글이라면 충분히 저 약물을 손에 넣고도 남았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자는 동안 목이 달아날까봐 며칠 동안 뜬 눈으로 지새웠을 정도다. 여기에서도 비극으로 끝나지만, 여자 혼자 살아남아 사농바치와 재회한다는 점만은 달랐다.

화장수의 정체도 드러났는데, 심지어 우리가 이미 고향에서 흔히 봤던 종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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